서 론
호흡재활이란 교육 및 다양한 기법과 기구를 이용한 포괄적이고 집중적인 치료를 통해 호흡질환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조절하며, 호흡장애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재활치료를 통해 환자의 운동능력을 증가시키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높여 줌으로서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최적의 기능수행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호흡재활에서 호흡질환은 내인성 혹은 폐쇄성 질환 군과 제한성 폐 질환 군의 두 가지로 분류하여 접근한다. 전자는 산소화 장애가 주 장애인 질환으로 현재 비교적 보편화되어 있는 호흡재활치료는 이 질환 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후자의 경우는 환기 장애가 주 장애인 질환 군이다. 즉 두 질환 군은 근본적인 병태생리가 다르기 때문에 각 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1,2].
호흡재활의 구성 요소로는 환자 교육, 호흡 재교육, 이완 요법, 기도 분비물 관리, 재조건화 운동, 그리고 심리 및 영양 상담 등이 있다. 환기 보조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환기 보조 방법을 선택하여 적용하는 것도 호흡재활의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호흡재활에서는 비침습적 인공환기법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으며 이 방법은 주로 신경근육계 질환자에서 장기 환기 보조에 이용되고 있다[3].
호흡재활의 치료 원리와 방법에 대해서는 호흡재활 세부 종설에서 언급될 것이며 본 종설에서는 호흡재활을 시행하는 의료진이 기본적으로 고려해 봐야 할 상항들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해 보았다.
본론
의과대학 교육과정 중 많은 강의에서 호흡장애 환자의 평가와 치료에 대해서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이 호흡기계 자체 질환이나 호흡기계 감염에 대한 교육이 대부분이어서 다른 특성을 가진 호흡장애 환자를 진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즉 재활의학에서 주로 다루게 되는 호흡근육 약화와 같은 역학적인 문제로 인한 호흡장애 환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호흡기능은 대부분 검사실에서 앉은 자세에서 측정하게 된다. 그러나 역학적인 장애, 예를 들면 호흡근육 약화가 있는 환자의 경우 어느 근육 약화가 두드러지느냐에 따라 자세에 따른 폐활량 차이가 난다[4]. 횡격막 약화가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앉은 자세에서 측정한 폐활량이 큰 문제가 없어도 누운 자세에서의 폐활량이 상당히 적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는 눕기만 하면 호흡이 곤란해진다. 이런 환자를 앉은 자세에서만 평가를 했다면 치료에 대한 결정을 잘못할 수 있는 것이다.
호흡재활에서 기도분비물 관리는 중요한 치료 중의 하나이다. 기도 내 분비물은 기본적으로 기침으로 체외로 배출시킨다. 즉 기침 능력이 충분히 있어야만 기도 내 분비물을 효율적으로 제거하여 폐렴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3, 5]. 이렇게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호흡평가에는 기침능력 측정이 빠져 있다. 기침능력을 나타내는 최대기침유량을 측정하여 결과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보완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호흡장애가 있는 환자는 환기상태를 평가한다. 환기상태 평가는 대부분 동맥혈가스 분석을 통해 파악한다. 환자의 폐활량은 자세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수면 시에는 호흡이 더 약해지기 때문에 호흡장애가 심한 환자에서는 환기 상태 평가를 여러 자세에서 뿐만 아니라 깨어 있을 때와 수면 시에도 시행하여야 한다. 동맥혈가스 검사는 어느 특정한 순간의 환기상태를 나타내는 것이어서 동맥혈가스 검사만으로는 환자 평가가 부적절할 수 있다. 그렇다고 통증을 유발하는 동맥혈가스 검사를 이 많은 경우 모두에서 시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침습적으로 지속적 환기상태 모니터를 해주어야 한다[6].
호흡곤란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산소를 공급해준다. 호흡근육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폐 질환 환자들은 저산소증이 근본 원인이기 때문에 환자는 혈액 산소치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환기를 과다하게 하게 된다. 이 경우 산소공급으로 과다 환기, 호흡근 부하, 빈 호흡, 숨이 차는 것과 저산소증 및 호흡곤란과 같은 증세와 증상들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산소치료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호흡근육 약화나 심한 척추 기형과 같은 역학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는 저환기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쌓이는 것이 근본 문제이다. 이들 환자에서는 호흡근육의 피로를 피하기 위해 환기조절 기능이 재조절된다. 즉 저환기로 인한 만성 고탄산혈증은 신장의 보상성 기능에 의해 말초혈액뿐만 아니라 뇌 척수액에도 중탄산 이온을 누적시킨다. 뇌 척수액 내에 중탄산염의 농도가 높을 경우 고탄산혈증에 대한 환기 반응이 감소한다. 따라서 이들 환자에서는 혈중 산소 농도에 의해 호흡이 조절되는 데, 산소를 공급하여 혈중 산소 수치를 정상화시키면 뇌에서는 호흡장애가 정상화 된 것으로 인지하여 호흡을 오히려 감소시켜 저환기와 그 증상이 악화된다[5, 7].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혼수(CO2 narcosis)를 유발하여 호흡정지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역학적 문제가 근본 원인인 고탄산혈증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할 때는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하며, 원발성 환기장애 환자에서는 폐렴 등이 병발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산소만 우선적으로 공급하지 말아야 한다[8, 9].
심한 호흡부전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경우 삽관을 하고 기계환기를 시작하고, 삽관 상태가 길어지면 기관절개를 시행하게 된다. 이러한 침습적 방법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호흡재활의 기법이나 기술을 잘 활용하면 비침습적 방법으로도 충분히 환자를 관리할 수 있다. 심한 호흡부전이 발생하더라도 환자의 의식이 명료하다면 코마스크나 비구강 마스크를 이용한 비침습적 환기 보조로 환자의 환기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침습적 방법을 우선적으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10]. 환기보조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기도분비물 제거에 어려움이 있으면 기도분비물 관리를 위해 기관절개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도 보조기침법이나 기침유발기 등 비침습적 방법으로 기도분비물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이렇듯 호흡재활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면 불필요한 기관절개를 예방할 수 있고 이미 기관절개를 시행 받은 경우라도 기관절개를 봉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11, 12].
호흡이란 들숨과 날숨으로 구성되며 들숨은 흡기근에 의해, 날숨은 호기근에 의해 이루어진다. 평상시 호흡은 흡기근을 수축하여 숨을 들이쉰 후 늘어난 흡기근의 반동에 의해 숨을 쉬게 되고 호기근육은 힘을 들여 숨을 내쉬거나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수축을 한다. 호흡재활은 호흡 재교육, 이완 요법, 기도 분비물 관리, 재조건화 운동, 심리 및 영양 상담, 그리고 환기 보조가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적절한 환기 보조 방법 선택 및 교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호흡재활 구성 요소들은 호흡을 수행하는 흡기근과 호기근을 다양한 기법과 기구를 이용하여 보조함으로서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호흡질환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조절하며, 호흡장애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1]. 이런 개념하에서 호흡재활 치료 기법을 흡기 보조도구와 호기 보조도구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호기 보조도구란 호흡기계 질환 환자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기도분비물 관리를 위해 이용되는 기법이나 기구를 총괄해서 일컫는 것이다. 기도분비물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체된 기도분비물을 제거해 줌으로써 호흡 시 호흡근육의 부담을 줄이고 호흡을 향상시키며, 폐렴 등의 호흡기계 합병증을 예방하고 합병증이 병발된 경우에는 이를 빨리 회복시키는 것이다.
호흡은 멈추면 살 수 없기에 항상 유지되어야 한다. 숨을 들이쉬는 흡기근육이 약해지거나 기능이상이 생기면 호흡이 어려워지게 되어 호흡곤란이 생기게 된다. 비정상적인 상태의 근육을 정상적인 상태처럼 계속 사용한다면, 근육에 피로가 누적되어 근육이 탈진 상태가 될 것이다. 호흡은 항상 유지되어야만 하기에 호흡근육이 비정상적인 상태라면 호흡을 보조하여 흡기근육의 부하를 줄여 주어야 근육이 탈진 상태가 되는 환기부전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흡기근육 기능장애로 호흡량이 감소하면 신체에 필요한 호흡량을 공급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부족한 만큼의 공기량을 추가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일시적으로는 앰브백과 같은 도수소생기를 활용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필요한 경우는 기계환기를 시행해 주어야 한다.
호흡재활의 대상이 되는 환자들은 장기간에 걸쳐 시기별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의료진들이 아무리 많은 지식을 공부하고 치료 기술을 익히더라도 환자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으면 환자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신경근육계 질환이나 척수손상 같은 제한성 폐질환 환자들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상태에서 사지마비 상태로 인공호흡기를 장기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들 환자들은 심리적으로 절망과 좌절을 겪게 되고, 경우 따라서는 자신의 상태에 대해 분노도 느낀다. 아무리 하려고 애써도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에 대한 절망,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되어 버리고 많은 것들에 대한 허탈감,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해되어 버리는 많은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등 많은 체념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환자의 심리상태이지만 의료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진지한 고민을 하여야 할 것이다. 어떤 질환이나 사고로 사지가 마비되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이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은 환자가 이 상황을 항상 힘겨워 할 것으로 생각하고, 호흡까지 장애가 온 상태라면 항상 절망감에 눌려 있을 것이라 추정해 버린다. 그러나 호흡기를 사용하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도 인공호흡기 사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나 삶의 질에 대한 태도가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보고되어 의료진들의 섣부른 예단을 경계하였다[2]. 뒤시엔느형 근디스트로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환자의 만족도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높게 조사되었다[15]. 호흡기를 사용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삶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일 것이라는 의료인 및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 자신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16].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환자의 삶에 대한 가치 기준을 환자 본인 이외의 사람들이 추측하여 단정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의료진들의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들이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해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환자의 상황이나 치료 과정을 정리해 나간다면, 의료진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고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의 결정에도 잘못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개인마다 가치 기준이나 주변 상황이 틀리기 때문에 특정 연구 결과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아무런 기준도 없이 환자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하여 치료에 적극성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론
모든 분야의 재활치료에서와 마찬가지로 호흡질환에서도 재활치료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환자의 호흡질환 증상을 좀 더 빨리 완화시키고 합병증을 예방하여 환자의 생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호흡재활치료는 보편화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아직도 많다. 고가의 기계나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치료도 있지만 간단한 기구나 방법만으로도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각 호흡질환에 따른 호흡기계 병태생리를 정확히 이해하여 적절한 환자평가를 시행하고, 이를 근거로 환기를 보조해주고 기도 내 분비물 제거를 효율적으로 해준다면 합병증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도 비침습적으로 호흡기를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학적인 측면에서의 장점을 취할 수 있으며 환자의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