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호흡재활은 면밀한 환자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포괄적인 중재로 환자 개별 상태에 맞춘 운동 훈련, 교육 및 행동 변화 등을 포함하며 만성 호흡기 질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개선하고 건강 증진 행동의 장기적 이행을 촉진시키는 치료로 정의된다[1,2]. 호흡재활을 통한 호흡 연관 증상 및 기능 호전, 삶의 질 향상 등의 여러 유의한 치료 효과들은 임상에서 다빈도로 의뢰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lung disease, COPD)에서 가장 높은 근거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으며[3,4] 제한성 폐질환 양상을 보이는 신경 근육 질환군 이외에도 최근 간질성 폐질환, 비소세포암, 천식 등의 기타 만성 호흡기 질환에서도 호흡재활이 확대 적용되며 이에 대한 근거가 점차 누적되고 있다[5-8].
호흡재활에서 적절한 환자 상태 평가는 개인의 요구와 문제를 파악하여 개별화된 치료 지침을 설정하기 위한 초석으로 간주되며[9] 중증도 평가 및 호흡재활 치료의 효과 판정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환자 평가에는 과거력 조사 및 이학적 검사, 흉부 X선 검사, 실험실 평가, 기본 폐기능검사, 골격근 및 호흡근 근력 평가, 운동능력 평가, 호흡곤란 정도, 건강 관련 삶의 질, 환기부전 연관 증상 유무 평가 등의 다양한 항목들이 제시되며[10,11] 이러한 항목들 가운데 환자의 만성 호흡기 질환 또는 호흡부전을 유발한 기저질환에서 유발되는 호흡 장애의 증상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평가가 필요하다.
본 종설에서는 호흡재활 치료 시행 시 요구되는 여러 가지 평가 항목들 가운데 환자의 기본 폐기능검사 및 기저질환의 특성에 따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하는 호흡기능 연관 평가들을 중심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본론
폐기능검사(pulmonary function test, PFT)는 호흡기 질환으로 인해 유발된 장애의 특성을 파악하고 정량화하기 위한 기본 평가들이다. 폐기능검사의 세 가지 기본 구성 요소에는 폐활량 측정법(spirometry), 폐용적 검사, 폐확산능 검사(diffusing capacity of the lung for carbon monoxide, DLco) 등이 있다[12]. 이 중 폐활량 측정법은 호흡기능 평가를 위해 임상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검사로 질환을 평가할 뿐 아니라 시간 경과에 따른 환자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여 호흡재활을 위한 기초적인 평가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환자의 호흡부전 정도를 정량화하고 개별화된 호흡재활 처방을 위해 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호흡 근력, 기침 능력, 환기 상태의 평가 등의 시행이 고려되어야 한다.
가장 쉽게 이용 가능하며 유용한 폐기능검사인 폐활량 측정법은 최대 흡입 후 강력하고 완전한 호기를 시행하는 동안 특정 시점에서 호기된 공기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이다[13]. 검사는 보통 앉은 자세에서 진행하며, 상체를 약 15도 앞으로 기울이고 턱과 목은 약간 들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한 뒤 마우스피스를 치아로 물고 입안에 위치시켜 입술로 마우스피스 주변을 단단히 물어 새는 것을 막는다. 최대한 깊게 들이마신 뒤 폐활량계에 곧바로 빠르고 세게 공기를 불어내도록 하며 내쉬기는 적어도 6초간, 가능한 길게 유지하도록 한다. 호기 시 코를 통하여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코 클립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일관된 결과를 보장하기 위하여 검사를 적어도 3차례 반복하지만 피로의 영향이 있으므로 성인에서 8회 이상의 측정은 권유되지 않는다[13,14]. 일반적으로 폐활량 검사를 통해 강제폐활량(forced vital capacity, FVC), 1초간 노력호기량(forced expiratory volume at 1 second, FEV1), FEV1과 FVC의 비율(FEV1/FVC), 노력호기중간기류량(forced expiratory flow during the middle half of the FVC, FEF25-75%), 최대환기량(maximal voluntary volume, MVV) 등의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14].
FVC는 최대 흡기 상태에서 최대 강제 노력으로 내쉬는 한 호흡으로 나간 총 호기량으로, 폐에 담기는 공기의 총량을 의미한다. FEV1은 폐활량 측정 과정 중 처음 1초간에 배출된 유량의 측정치로 기류폐쇄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며 재현성이 가장 높은 폐기능검사 지표이기에 폐쇄환기장애를 추적하는 데 적합하다[14]. 폐활량검사 결과 중 가장 높은 FVC가 측정된 결과의 FEV1이 아니더라도 허용 가능한 측정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해석에 사용한다[13]. FEV1/FVC 비율은 퍼센트로도 표시되며 COPD, 천식 등과 같은 기류폐쇄를 동반한 폐쇄성 폐질환을 감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로 활용된다. Global Initiative for Chronic Obstructive Lung Disease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기관지확장제 흡입 후 검사에서 FEV1/FVC 비율이 < 0.7일 경우 폐쇄성 폐질환으로 정의하고 있으며[15] 이는 임상에서 가장 널리 적용되는 기준이다. FEF25-75%은 폐활량의 초기 및 말기 25%를 제외한 중간 50%의 평균 노력호기 속도로 말초 소기도 폐색이나 병변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여 조기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특이도와 재현성이 낮으며[16] 정상인에서도 변이를 보일 수 있어 해석 시 주의를 요한다[14]. MVV는 자발적으로 최대한 노력하여 1분간 빠르게 흡기-호기할 수 있는 호흡량으로, 12초 혹은 15초간 검사하여 1분간의 양으로 환산한 값을 의미한다. 이는 운동능력 평가 및 호흡근 약화를 동반한 신경근육 질환군의 폐기능을 검사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14].
대부분의 폐활량 검사는 앉은 자세에서만 시행되지만 호흡근 약화를 동반한 신경 근육 질환에서는 측정 자세에 따른 수치의 변화를 보일 수 있으므로 폐활량 평가 시 앉은 자세 그리고 누운 자세에서의 측정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문헌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정상인에서도 앉은 자세에 비해 누운 자세에서 FVC의 일정한 감소가 관찰될 수 있지만 그 정도는 유의한 감소가 없는 수준부터 평균 10%의 감소에 이르기까지 가변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17,18]. 이러한 자세에 따른 FVC 변화량은 횡격막 부전을 동반한 환자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양측성 횡격막 기능부전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자세에 따른 FVC의 감소가 15% 이상 유발될 수 있다[19]. 그 예로 횡격막 근력 약화가 동반된 근위축성측삭경화증 환자는 누운 자세에서 뚜렷한 FVC 감소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앉은 자세의 측정만으로 감지되지 않을 수 있는 호흡 기능 이상을 감지함으로써 환기부전 등에 대한 조기 치료로 연계될 수 있다[20,21]. 반면 하부 경수 손상 환자들의 경우 늑간근 혹은 복근의 마비로 인하여 호흡을 주로 횡격막에만 의존하게 되는데 호기근 수축이 일어나지 않고 앉은 자세에서 중력에 의해 복부 내용물이 하강하여 횡격막의 가동역이 감소되기 때문에 오히려 누운 자세보다 앉은 자세에서 FVC가 적게 측정된다[22,23]. 따라서 이러한 환자들의 경우 자세에 따른 FVC 측정치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반드시 여러 자세에서의 폐활량 측정이 필수적이다.
많은 만성 호흡기 질환과 신경 근육 질환들은 호흡 근력 약화와 관련되어 있다. 최대 정적 흡기 압력(maximum static inspiratory pressure, MIP or PImax)과 호기 압력(maximum static expiratory pressure, MEP or PEmax)을 측정하면 이러한 환자의 전반적인 흡기근과 호기근 근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24]. 이를 통해 COPD를 포함한 만성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호흡근 훈련 필요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으며[1], 질병의 초기 FVC 등의 일반 폐기능검사상 이상소견이 감지되지 않는 제한성 폐질환 환자에서 호흡근 약화를 조기 진단할 수 있다[25]. 흡기근의 경우 근력이 50% 이상 감소되어야 총폐용량이 비로소 감소하기 시작하고 근력 약화가 심화되기 전까지 흡기근의 정상적 흡기능력이 유지되므로[26], 호흡근 위약으로 인한 만성호흡부전이 유발되는 환자의 경우 기본 폐기능검사보다 주기적인 최대 정적 압력 측정이 환자 평가 및 치료계획 수립에 더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27,28]. 평가를 위해서는 환자의 완전한 협조가 요구되며 평가 방법은 아래와 같다.
MIP는 횡격막 및 기타 흡기근의 근력을 반영한다. 측정은 정적 압력 측정기를 이용하며 환자는 앉은 자세에서 코 클립을 착용한 상태로 마우스피스를 통해 몇 차례의 편안한 호흡을 시행한다. 잔기량에 가깝게 완전하고 천천히 호기한 직후 가능한 세게 흡기하며, 일시적인 압력 상승이 아닌 1초 이상 지속된 최대 음압이 기록될 수 있도록 최소 1.5초간 흡기 노력을 유지해야 한다[24,29]. 측정 이후 약 1분간 휴식을 취하며 구두 혹은 시각적 피드백을 제공하고 3-5회의 측정을 반복하여 가장 높은 값으로 기록한다. 측정치 사이의 변화량이 10 cmH2O 미만이 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30].
MEP는 복근 및 기타 호기근의 근력을 반영한다. MIP 측정과 마찬가지로 방법으로 코 클립, 정적 압력 측정기에 연결된 마우스피스를 착용하고 몇 차례 편안한 호흡을 시행한 뒤 총폐용적에 가깝도록 최대한 흡입한 후 매우 뻣뻣한 풍선을 불듯이 가능한 세게 불어낸다. 1초 이상 지속된 최대 양압이 기록될 수 있도록 환자는 최소 1.5초간 호기 노력을 유지해야 한다[24,29]. 측정 이후 약 1분간 휴식을 취하며 3회의 측정을 반복하며 측정값 사이의 변화량이 10% 미만인 수치 중 최대치를 기록한다[24].
SNIP은 흡기 근력의 지표로 간단하게 측정 가능하며, MIP 측정과는 달리 마우스피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안면근 위약 등의 이유로 마우스피스 주변을 단단히 밀봉하기 어려운 환자들 혹은 어린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29]. 평가에는 한쪽 콧구멍에 삽입되는 코마개가 사용되며, 이 마개는 카테터를 통하여 압력변환기에 연결되어 수치가 기록된다[31]. 코마개를 한쪽 콧구멍에 삽입하여 흐름을 완전히 막은 뒤 환자에게 반대쪽 콧구멍을 통해 가능한 빠르고 깊게 들이마시게 하여 측정된 음압을 기록한다. 검사 간 1분 동안의 휴식을 취하고 10회 정도 반복 측정하며, 10 cmH2O 변동치 미만의 측정치 중 최대 음압을 기록한다. SNIP 측정은 정상 성인이나 소아에서도 그 유용성이 입증되었지만[31,32], 심한 코막힘이나 비용종 등으로 인한 상기도 폐쇄가 동반된 경우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기침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보호 기전 중 하나로 기도 분비물을 배출함으로써 흡인, 폐렴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22]. 효과적인 기침은 흡입기, 압박기, 배출기의 순차적인 세 단계를 통해 이루어지며, 각 단계에서 충분한 기침 유량 확보를 위한 흡입근, 성문 개폐를 담당하는 상기도 근육, 원활한 배출을 위한 호기근의 근력이 필요하다[33]. 따라서 호흡근력 약화를 동반한 환자의 경우 향후 치료계획 설정을 위한 기침 능력 평가가 필수적이다. 최대 기침 유량은 환자의 객담 제거 능력을 추정할 수 있는 평가로 최대 유량계(peak flow meter)를 활용하여 측정한다. 앉은 자세에서 충분히 흡기한 뒤 최대 유량계에 연결된 구비마스크(oronasal mask) 혹은 마우스피스로 가능한 한 강하게 기침을 유도하여 측정하며, 3-6회의 측정을 반복하여 5% 미만의 가변성을 보이는 수치 중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한다[24,34]. 최대 기침 유량이 160 L/min 미만일 경우 비효율적인 기침 능력을 의미하며, 특히 호흡근 위약을 동반한 신경 근육 질환 환자에서 이는 발관/호흡기 이탈 실패와 높은 연관성을 보이므로[34,35] 주기적 기침 능력 평가를 통해 필요시 적절한 기침 보조 방법의 활용이 요구된다.
최대 주입 용량은 폐에 담을 수 있는 최대 공기 용량을 의미하며, 노력성폐활량이 폐의 능동 가동 범위라고 가정할 때 최대 주입 용량은 보조자에 의한 폐의 수동 가동 범위에 비교될 수 있다[36]. 호흡근 위약이 동반된 경우 폐를 최대 용적까지 충분히 팽창시키거나 최소 잔기량까지 압축시키기 어렵기 때문에[37] 장기간 흉곽이 충분히 팽창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어 흉곽 그리고 폐의 유순도 모두가 감소하게 된다[37,38]. 유순도의 감소는 기침 및 객담 배출 능력을 저해하므로, 호흡근 약화가 동반된 환자들은 주기적인 최대 주입 용량과 폐활량 비교 측정을 통한 폐 유순도 평가가 필요하다[36]. 앉은 자세에서 평가를 시행하며 환자에게 가능한 한 최대 용량의 공기를 들이마시게 한 후 도수소생기백을 이용하여 비구강 마스크 혹은 마우스피스를 통해 주입 가능한 만큼 최대한의 공기를 추가로 누적시키고 곧바로 폐활량계에 끝까지 빠르게 불어내도록 하도록 하여 최대 주입 용량을 측정한다[36].
만성 호흡 질환 환자에서 산소포화도 평가는 가스 전달 결함 여부를 식별하고 적절한 산소포화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을 적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활용된다. 하지만 신경 근육 질환 환자들의 경우 호흡근 부전과 폐와 흉벽의 유순도 감소를 보이며, 이러한 요인들이 심화되면 비효율적 기도 분비물 제거, 환기-관류 불일치, 궁극적으로 폐포 저환기에 기여하게 된다[39]. 저환기로 인한 고탄산혈증(hypercapnia)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면 호흡중추 자극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체내의 보상 작용이 둔화되어 체내 산소 분압의 정도에 따라 호흡중추 자극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40,41]. 이러한 상태의 환자가 산소포화도 저하를 보일 때 산소만 공급할 경우 더 얕은 호흡이 유도되면서 고탄산혈증이 악화되어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 CO2) 혼수(narcosis)가 유발될 수 있다[40]. 따라서 호흡근 위약으로 인한 환기 장애를 동반한 환자의 경우 산소포화도 이외에도 저환기로 인한 고탄산혈증 유무에 대한 확인이 필수적이다. 환기 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우선적으로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여 산소 및 이산화탄소 분압을 측정하게 된다. 동맥혈가스검사는 가스 교환 장애 정도에 대한 정확한 결과를 제공하지만, 주로 깨어 있는 낮시간에 검사가 시행되기 때문에 호흡부전의 경계상에 있는 환자의 경우 호흡량이 감소되는 수면 시의 환기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고[40] 검사 시점의 환기상태만을 반영하며, 검사 시 통증으로 증가된 호흡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비침습적인 연속적인 방법으로 환기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22]. 맥박산소측정기(pulse oximetry)를 통한 산소포화도 측정과 호기말이산화탄소분압측정기(capnography)를 이용하여 내쉬는 호흡에서 이산화탄소분압(end-tidal CO2, PetCO2)을 연속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이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이러한 방법은 동맥혈가스검사를 통한 이산화탄소분압(arterial carbon dioxide tension, PaCO2)검사에 비해 그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을 가진다. 가장 최근의 장비를 이용한 경피적 이산화탄소(transcutaneous CO2 monitoring, PtcCO2)와 산소포화도 모두를 측정하는 시스템은 정확도가 높으며 기존 동맥혈검사나 호기말이산화탄소분압 측정의 주요한 단점들을 극복하여 특히 수면 시 환기 장애를 진단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4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