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심부전에 대한 치료는 약물치료, 다양한 기구를 사용한 치료, 심장이식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겠고 또 다른 관점에서는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대증요법과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치료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 예후를 개선할 수 있는 치료를 위주로 생각해 볼 때, 20세기에는 베타차단제,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 억제제 등의 약물치료가 중심이 되었다면, 21세기 들어서는 SGLT-2 억제제 등의 새로운 약물치료도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기구들을 이용한 치료가 발전하고 있는 추세가 두드러진다[1].
체내 이식을 하는 기구를 이용한 심부전 치료로서 표준 치료로 확립된 것으로는 삽입심율동전환-세동제거기(implantable cardioverter-defibrillator [ICD]), 심장재동기화치료(cardiac resynchronization therapy [CRT]), 좌심실보조기구(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 [LVAD])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구들을 사용한다고 해서 심부전 환자에 대한 심장재활의 기본적인 원칙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나, 각 환자의 특성에 맞춰야 하는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다수 있으므로 이들 기구를 이용한 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공하고 그를 바탕으로 심장재활 치료를 적용함에 있어 생각해 보아야 점들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본론
CRT는 감소된 좌심실박출률을 동반한 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에 대한 치료로서, 좌우 심실 수축의 기계적 부조화를 줄임으로써 심부전에서 흔히 동반되는 재형성(remodelling)을 방지하거나 되돌리고, 좌심실의 기능과 환자의 기능 수행 정도를 향상시키며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2].
좋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자 선정이 매우 중요한데, 심전도상 QRS 간격이 150 msec 이상, 좌각차단(left bundle branch block [LBBB]) 패턴, 심부전 원인이 허혈성심질환에 의한 것이 아닌 경우, 그리고 심부전이나 만성 콩팥병이 없는 경우에 효과가 더 좋을 가능성이 높다. 이 중 특히 심전도상 QRS 간격과 LBBB 패턴이 중요한 고려 사항인데, LBBB가 있으면 심실의 전기전도가 우각(right bundle branch) → 우심실 → 좌심실의 순서로 일어나기 때문에 좌우 심실 수축의 동시성이 깨지게 되어 좌심실의 기능을 더 떨어뜨리는데, 좌우심실박동조율(biventricular pacing)로써 이를 교정하는 것이 CRT의 주된 메커니즘이다[3].
한 메타분석에서는 CRT를 시행한 심부전 환자에서의 심장재활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 분석하여 총 157명을 대상으로 한 네 개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에서 심장재활치료군이 대조군에 비하여 의미 있게 더 큰 최고산소섭취량의 향상과 좌심실박출률의 개선을 보였음을 보고하였고[4], 이는 여타의 심혈관 질환군과 마찬가지로 CRT를 시행한 심부전 환자에서도 운동치료 기반 심장재활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단, 소규모 연구들뿐이고 연구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사망률 등 예후를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답을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CRT 치료 자체만으로도 환자의 운동능력의 개선 효과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심장재활 프로그램 현장에서는 운동처방시에 개별화된 접근이 필요하겠고, 또한 CRT가 기본적으로는 인공심박조율기를 이용한 치료이기 때문에 인공심박조율기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일반적인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후에 살펴볼 것이다.
ICD는 1990년대부터 심부전 환자의 급사를 예방하기 위한 치료로서 시행되어 왔으나 그 적응증은 심부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브루가다증후군(Brugada syndrome), 비후성심근증, long QT 증후군, 팔로네징후(tetralogy of Fallot) 등의 심실빈맥에 의한 급사의 가능성이 높은 질환군과 구조적 질환이 없으면서 심실빈맥 또는 심실세동에 의한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 등이 적응증으로 포함되어 있다[1].
그중 심부전의 경우는 다음과 같은 기준에 따라 보험급여가 이루어지고 있다[5].
심근경색 발생 후 40일 경과한 허혈성 심부전으로 적절한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아래에 해당하며 1년 이상 생존이 예상되는 경우
- 아 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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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심구혈률(ejection fraction [EF])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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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심구혈률(EF) 31-35%로 NYHA class Ⅱ, Ⅲ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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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심구혈률(EF) ≤ 40% 환자로 비지속성 심실빈맥이 있으며 임상전기생리학적검사에서 혈역동학적으로 의미 있는 심실세동이나 지속성 심실빈맥이 유발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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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비허혈성 심부전으로 3개월 이상의 적절한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NYHA class II, III의 증상을 보이는 심구혈률(EF) ≤ 35%인 환자에서 1년 이상 생존이 예상되는 경우
ICD는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 등 치명적인 빈맥의 발생 시에 심장 내에 거치된 전극을 통하여 직류 쇼크를 전달하여 심장율동전환 또는 제세동을 시킴으로써 효과를 발휘한다. 2002년 발표된 랜드마크 연구인 MADIT-II (Multicenter Automatic Defibrillator Implantation Trial II)에서[6] 사망률의 감소 효과를 보고한 이후 다수의 연구를 통하여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에 기술한 CRT에 이 기능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어 이때는 CRT-D로 표기한다.
ICD를 시행한 환자에서도 CRT 시행 환자와 마찬가지로 운동치료 기반 심장재활 프로그램은 최고산소섭취량 또는 6분걷기검사로 평가한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 바 있다. 운동치료로 인하여 ICD 쇼크의 빈도가 늘어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염려가 있을 수 있겠으나, 메타분석 결과로 볼 때는 심장재활 프로그램 참여로 인하여 ICD 쇼크의 빈도가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7].
LVAD는 진행된 심부전에서 최선의 의학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증상이 있는 경우 증상의 경감과 생존율의 향상을 위해 고려하게 되는 기계적 순환보조(mechanical circulatory support)의 하나로서, 일반적으로 기구치료(device therapy)로 부르지는 않는 경우가 많으나 본 종설에는 포함하여 기술하겠다. 급성기에 최종적인 치료로 이어질 때까지 유지하기 위한 치료로 이용되는 경우(예를 들면, 심장이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생존을 위해서 이용)도 흔하나 본 종설의 목적상 최종 치료(destination therapy)로서 시행하고 장기적으로 이를 보유하게 되는 경우를 기준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우리 나라의 보험급여 기준 중 최종 치료로서 시행하는 경우의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8].
심장이식이 적합하지 않은 말기심부전 환자에서 약물치료(베타차단제 등) 또는 기계순환보조(intra-aortic balloon pump [IABP],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ECMO])치료에도 불구하고 심한 증상이 2개월 이상 지속되고, 다음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
- 다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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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F < 25%이거나 이에 준하는 심실 기능부전의 증거가 있으면서, peak VO2 < 12 mL/Kg/min(단, 베타차단제 불응성인 경우는 peak VO2 < 14 mL/Kg/min) 혹은 동등한 운동능력 검사 결과가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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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맥 강심제에 의존적인 상태로 투여를 중단할 수 없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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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점진적 신장 혹은 간장 부전이 있고 이의 원인이 심부전으로 증명된 경우(PCWP 20 mmHg 이상이면서, 수축기혈압 90 mmHg 이하 혹은 cardiac index가 2.0 L/min/m2 이하)
1984년도에 1세대로 불리는 박동식 펌프를 이용한 LVAD 가 개발된 이래 기술적인 개선을 거듭해 왔는데, 2008년의 축성 펌프(axial pump)를 이용하여 연속적 혈류를 박출하는 2세대 LVAD를 거쳐 2017년에는 자기 부양으로 마찰을 줄이는 등의 개선을 한 3세대 LVAD 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치료 성적도 향상되고 있는데, 3세대 LVAD의 경우 1년 생존율은 83%, 5년 생존율은 51.9%에 달하고, 이는 심장이식으로 연결되는(bridge to transplantation) 경우의 생존율에 맞먹는 수준이다[9].
메타분석에 따르면 LVAD를 보유한 환자에서의 운동치료 기반 심장재활 역시 프로그램은 최고산소섭취량 또는 6분걷기검사로 평가한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기능의 향상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LVAD 시행 전후 적극적인 심장재활 치료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10].
ICD 또는 CRT를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인공심박조율기(pacemaker)를 가지고 있는 환자와 마찬가지의 주의사항들을 지켜야 하므로 이러한 환자들이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담당 의사와 현장에서 환자 진료에 참여하는 인원들은 기본적인 주의사항들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만 한다(Table 1).
심박조율 기능이 불량하여 운동에 따라 맥박수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든지, 정상적인 동성빈맥을 심실빈맥으로 오인하여 ICD 쇼크가 들어가는 등의 문제가 운동치료 도중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이상의 운동 심전도 판독 능력이 요구되며, 경우에 따라 부정맥전문가와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겠다[11].
LVAD 환자의 경우에는 여분의 배터리 준비, 배터리 연결선에 대한 간섭이 없도록 주의하는 등의 기본적 주의사항을 지켜야만 하겠다. 또한, 혈압 측정에 대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 기기에 따라서 다소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일반적으로 박동이 없어지고 연속적 혈류가 주를 이루게 되어 표준적인 청진법이든 보통 자동혈압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진동법(oscillometric)이든 적용하기 어렵게 되므로 혈압 측정을 위해서는 도플러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단 이때는 통상적인 수축기/이완기혈압이 아닌 하나의 혈압 수치만을 얻게 되므로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다소간의 논란은 남아 있는 상태이다[12].
결론
심부전 환자에게는 약물치료 외에도 다양한 기구를 이용한 치료들이 시행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ICD, CRT, LVAD 등의 치료가 있다. 이들 치료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환자들에게도 심장재활은 임상적인 이득이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보다 많은 환자들이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요망된다.
또한 이들 환자들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각 환자에게 맞는 심장재활이 되도록 개별화된 치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부정맥/심부전 전문가들과 신속히 협조하여 해결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겠다.